LG엔솔, 르노에 수조원 LFP 배터리 공급

LG에너지솔루션과 르노 관계자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에서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질 르 보르네 르노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 최승돈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개발센터장 부사장, 프랑스아 프로보 르노 최고생산책임자(CPO) 부사장, 서원준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부사장, 필립 브루네 르노 파워트레인·EV 엔지니어링 사업부 전무, 조셉 마리아 르카젠 르노 최고책임전략자(CSO) 전무. (사진=LG에너지솔루션)

중국 기업이 주도해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 한국의 진출 본격화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와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 계약은 내년 11월부터 2030년 말까지 5년간 지속되며, 공급 규모는 39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이는 순수 전기차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양측은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 규모를 감안할 때 수 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LFP 배터리 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재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구성된 폴란드 공장은 일부 라인을 LFP용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이 LFP 배터리로 대규모 수주를 따낸 첫 사례다.

그동안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주도해왔다. 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짧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아 중국에서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LFP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왔다. 그 결과, 중국 CATL과 비야디(BYD)가 전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 채택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LFP 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기 시작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이 그 첫 성과를 거둔 것이다. 특히 유럽, 글로벌 자동차 3대 시장 중 하나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르노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의 이차전지에 파우치형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TP) 공정을 적용했다. CTP는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을 제거하고 팩에 배터리 셀을 직접 조립하는 기술로, 무게를 줄이고 더 많은 셀을 탑재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파우치형 CTP는 각형 CTP보다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약 5% 높일 수 있다. 또한 열 전이 방지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이면서 전체 팩을 구성하는 부품을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하여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이니켈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부터 고전압 미드니켈 NCM·LFP 등 중저가 배터리까지 다양한 파우치형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유럽 공략을 시작으로 글로벌 LFP 배터리 수주를 본격화하고, 검증된 현지 공급 능력과 독보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고 수준의 고객 가치를 지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호주 리튬 광산 업체인 라이온타운에서 175만 톤의 리튬 정광을 조달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500만 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원자재로, 수산화리튬 원료가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이 핵심 원재료 공급망 강화를 위한 것으로, 라이온타운의 리튬 정광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요건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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