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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업계가 CO2 배출 목표 연기를 추진하면서 유럽 전기차(EV) 공급망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왔다. 청정에너지 싱크탱크인 트랜스포트 앤드 인바이런먼트(Transport and Environment, T&E)의 보고서는 이번 조치가 유럽 배터리 산업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CO2 목표 완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
E-모빌리티(E-Mobility)의 크리스 헤론(Chris Heron) 사무총장은 "EU가 목표를 후퇴시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미 CO2 목표 연기 논의가 투자 위축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환에너지저장(Circular Energy Storage) 연구그룹도 뉴스레터를 통해 "배출 목표 완화는 유럽 배터리 공급망의 성장을 사실상 멈추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 그룹(VW Group) 대변인 크리스토퍼 하우스(Christopher Hauss)는 CO2 목표 달성이 "상당한 도전 과제"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목표 달성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었는지 조기에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배출 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부과될 벌금은 비효율적인 투자"라고 덧붙였다.
BEV 수익성 문제와 제조사들의 전략 변화
폭스바겐은 전기차(BEV) 판매가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인정했다. 하우스 대변인은 "BEV 판매가 증가할수록 자동차 업계의 전체 마진이 감소한다"며, 목표 달성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폭스바겐은 2023년 3월 전동화 및 디지털화에 1,200억 유로, 내연기관(ICE) 기술에 6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 저하의 요인: 인프라 및 정책
일각에서는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CO2 목표를 지연시키는 로비 활동에 집중하면서, 전동화 투자 속도를 저하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닛산(Nissan)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앤디 팔머(Andy Palmer)는 "자동차 업계의 로비 전략은 여전히 강력하며, 규제 준수를 위한 협상과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충전 인프라 확충을 가속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계획 승인 및 전력망 연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T&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EU 27개국 중 21개국이 공공 충전 인프라 목표를 충족했으나, 2025년에는 불가리아와 체코 2개국만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론은 "현재 유럽의 충전 네트워크는 전기차 증가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서도, "충전 인프라 투자는 수요 예측이 가능해야만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전기 SUV 대신 소형 전기차 필요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대형 SUV 대신 소형 전기차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정충전(FairCharge) 설립자인 퀜틴 윌슨(Quentin Willson)은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고급 전기 SUV 시장에 집중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전기차 포드 피에스타(Ford Fiesta)' 같은 소형 모델을 놓쳤다"며, "대량 생산 모델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O2 목표 유지에도 유럽 전기차 판매 증가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CO2 배출 목표가 시행된 이후 2024년 1월 EU 및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영국에서의 BEV 판매가 전년 대비 37.3% 증가했다. 유럽 자동차업체의 BEV 판매는 50% 이상 증가해, 업계가 목표를 맞출 수 있음을 보여줬다.
헤론은 "자동차업체들은 벌금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BEV 판매 증가가 지연된 이유는 재고 조정 및 가격 정책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날 '청정산업협약(Clean Industrial Deal)'을 발표했으며, 이는 '그린딜(Green New Deal)'을 보완하는 투자 활성화 조치다. 그러나 2040년까지 온실가스를 90% 감축하는 목표 설정은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