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melted and poured' 원산지 규정 추진…터키 철강 산업에 대변화 예고

CBAM

철강 원산지 기준 변경 시, 터키 가공업체·글로벌 공급망 직격탄 우려

유럽연합(EU)이 철강 제품의 원산지 판단 기준을 'melted and poured'(제강 및 주조)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규정이 도입되면, 철강 무역의 흐름이 급격히 바뀌고 터키를 비롯한 제3국 가공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재 EU는 마지막 실질적 가공이 이루어진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산 열연코일(Hot Rolled Coil)이 터키에서 가공되면 최종 제품은 '터키산'으로 간주돼 무역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melted and poured' 방식이 적용되면, 최초 제강지가 원산지로 인정된다. 즉, 중국에서 제강된 철강이 터키에서 가공되더라도 '중국산'으로 간주돼 반덤핑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유럽 철강 방어 강화…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능성

이같은 변화는 EU가 반덤핑 및 보조금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반제품이 제3국을 거쳐 최소 가공 후 EU에 수출되는 방식은 그간 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이를 '무역 방어의 허점'으로 보고 있으며, 원산지 명확화를 통해 공정 무역 질서를 강화하려 한다.

EUROMETAL 철강의 날과 YISAD 평강판 컨퍼런스에서 발표자로 나선 Fabrizio Di Gianni는 "이 규정이 현실화될 경우, 터키 철강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해당 규정이 연내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를 '블랙스완'급 변수로 지목했다. 특히 슬래브(Slab)와 열연코일(HRC) 등 중국산 반제품을 활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터키 업체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CBAM 및 탄소 규제도 변수…EAF 제품 수요 증가 예상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로(EAF) 기반 반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내 일부 무역업체는 이미 슬래브와 빌릿(Billet) 등의 반제품 수입 확대에 대비 중이다.

글로벌 철강 산업은 반덤핑 규제, 탄소 규제, 원산지 규정 강화라는 삼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번 'melted and poured' 규정 도입 여부는 향후 철강 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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